2년 반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2개의 학생증을 잃어버렸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주에 하나를 더 잃어버린 것 같다. 학생증이랑 같이 들고 다니던 체이스 신용카드까지 잃어버렸으니 이번은 정말 대형 사고다.


  정확히 언제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조금 전까지만 해도 휴일이었던 월요일에 조교 수업 때문에 건물에 들어가느라 학생증을 사용했던 것이 기억나서 월요일에 강의실에 두고 왔나보다 했다가 가계부 어플에 나온 지출항목을 보면서 화요일에 학교 안에 있는 식당에서 할인을 받기 위해 학생증을 직원에게 보여줬다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가는 곳이라고는 집, 연구실, 강의실, 마트밖에 없는데 도대체 어디다 학생증이랑 카드를 떨어뜨리고 다닌 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책상 위에도, 책이랑 논문더미 사이에도, 가방의 모든 주머니에도, 옷주머니에도 어디에도 없으면 도대체 어디를 간 거지. 오늘 장 보고 와서 연구실에 가서 책상 위를 다 뒤졌는데도 아무 데도 없어서 더 짜증났다. 분명 연구실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학생증 찾으면 집에 오는 길에 쌀국수를 먹고 들어가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내가 쌀국수를 먹을 자격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일단 내일은 집 청소하는 날이니 집을 구석구석 다시 찾아보고 월요일에 학교 가서 책상을 다시 정리해봐야겠다. 학생증을 네 개나 만드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12월은 따뜻하게 잘 보냈는데 1월 들어서 주말마다 눈보라와 한파가 몰아치는 바람에 3주 연속으로 주말에 학교에 못 가고 있다. 오늘은 그나마 날이 어제보다 풀려서 재빨리 장을 보러 갔다가 학생증 찾으러 학교에 갔던 건데 가는 길에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집에 도착해서 이른 저녁을 준비하다 문득 창문을 보니 눈이 벌써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연구실에 동기가 와 있던 게 생각나서 '눈이 많이 오니 집에 가라'고 말해주려고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다가 막상 눈 오는 사진을 찍어놓고 보내려고 보니 내가 지나친 간섭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이 많이 온다'는 말만 하고 '집에 가라'는 말은 하지 못 했다. 뭐 알아서 했겠지.


  이른 저녁을 먹고 뭘 더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채소를 갈아서 먹었다. 피를 맑게 해준다는 주스 레시피를 보고 따라한 건데 당근, 사과, 귤, 양파, 생강이 들어간다. 사과와 귤이 엄청나게 들어갔으니 당연히 맛있었지만 양파의 다소 센 맛이 남아서 정신이 번쩍 드는 맛이었다. 작년 말부터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게 되어서 몇 달째 케일을 사다가 주스를 만들까 말까 고민만 하다 2016년 가을에 해독주스를 한 번 시도했다가 대실패한 기억이 떠올라서(반도 못 마시고 채소가 다 물러서 다 버렸다) 엄두도 못 내다가 이 정도는 부담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해본 거다. 계절을 타는 귤 말고는 항상 집에 있는 과일들이니까, 믹서를 매일 닦는 귀찮음만 극복해 낸다면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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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휴가 벌써 중반을 넘어 이제 주말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주면 dead week이고 다다음주면 final week이다. 재작년에 ta를 하면서 학부생들에게 dead week이라는 말을 처음 배웠는데(물론 그 땐 아는 단어인척 했다) 정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번 파이널에도 어김없이 제출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아서 연휴 중에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지금 와서 보니 어느 정도 진행 중인 건 cs 과목 숙제 하나밖에 없다. 앞으로 남은 것들을 방금 전에 생각해봤는데 정말 큰일난 것 같다. tax treaty 서류 우편으로 보냈다고 뿌듯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그래서 현재 목표는 하고 있던 숙제를 오늘 자기 전까지 다 끝내고 내일부터는 프로젝트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거다.


  뭔가 시시콜콜하게 잔뜩 썼다가 '이건 블로그에 쓸 일이 아니지' 하고 계속 지우게 된다. 요즘들어 부쩍 자기검열이 심해진 것 같다. 그나마 이 정도는 써도 될 것 같다.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살 것도 없는데 괜히 뭔가를 사고 싶어서 3일 동안 아마존을 계속 뒤적거리다가 딱히 필요한 게 보이지 않아서+그렇다고 큰 돈을 쓰기에도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책 여러 권이랑 정말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디지털 온도습도계까지 샀다. 책을 고르면서도 일찌감치 사놓고 아직 안 읽은 것도 있는데......? 하고 좀 찔렸다. 유학 오고 교과서와 논문밖에 읽을 줄 모르는 몸이 되어서(교과서와 논문을 엄청나게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외의 읽을 거리들을 거의 다 손에서 놔버렸다는 뜻이다) 좀 반성하고 있던 참이기도 해서 이제부터라도 인터넷을 줄이고 일부러 책 읽는 시간을 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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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희한하게 바쁘다. 보통 주 초에 엄청 바쁘고 수요일을 넘어가면 조금씩 한가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번 주는 계속 바쁘다. 매주 수요일에 세미나 수업이 있어서 그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논문을 미리 읽어가야 해서 네다섯 시간 정도 넉넉하게 잡으면 논문을 거의 다 읽었을 즈음이나 다 읽고 나서 빠르게 산책을 한 바퀴 돌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오늘 오후에 우리 교수님 특별 공개 강의가 있었고 내일도 외부 교수님의 세미나 강의가 있기 때문에 논문을 또 읽어가야 한다...세미나 때마다 당일 바짝 읽고 들어가는 버릇이 든 바람에 그 날 오전이나 오후는 완전히 논문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다 잡아먹는데 오늘은 대신 평소보다 논문을 일찍 읽기 시작해서 내일은 연구를 좀 더 하려고 한다.



  어제는 저녁 먹으면서 예능을 보다가 느닷없이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보기엔 전혀 위기의식도 없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사람을 봐서였다. 요즘 엄청 피곤하고 시간을 나름대로 쪼개가면서 일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조금 더 연구에 시간을 들일 수 있었는데도 어느 정도 선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만족했던 것 같다. 석사 때는 내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당장 늘 옆에 있는 동기가 연구실에도 훨씬 오래 앉아있고 진도도 많이 나가 있다. 나도 좀 더 노력해야지.



  그저께는 다이어리를 보다가 이번 학기가 3주밖에 안 남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체 내 3개월은 어디로 갔는가. 시간 가는 게 무서울 정도다. 학기가 끝나기 전에 빨리 교수님이랑 면담을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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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전에 썼던 글을 보니까 한국 시간으로 2일 오후에 난방을 처음 켰다고 되어있으니 여기 시간으로는 1일 새벽에 틀었던 모양이다. 목요일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왔는데 지난 달보다 5달러가 더 나와서 좀 충격받았다. 5월에 이사온 이래로 계속 전기 사용량이 줄고 있어서 지난 달에 최저치를 찍긴 했지만 다른 건 다 비슷한 상황에서 난방만 딱 여섯 시간 했을 뿐인데 5달러나 늘었다니...난방레버에 눈금이 안 그려져 있어서 온도를 좀 높게 올렸던 것 같기도 하지만 좀 심란하다. 라디에이터 난방의 매운 맛을 제대로 봤다. 당장 오늘 밤에도 바깥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한겨울에는 수도 동파 방지 때문에라도 하루 종일 난방을 해야 할 텐데 그럼 대체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까? 그게 밤에 따뜻하게 잔 대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지난 달에 외출했다가 들어와서 겉옷을 걸어둘 곳이 없어서 이케아 mulig 행거를 샀었는데 올해의 잘한 소비 중 하나에 꼽힐 만하다(순위를 매겨본 적은 없지만 당장 생각나는 잘한 소비로는 스팀다리미, 이삿짐 운반 서비스 정도가 있다). 처음 받아서 조립을 했을 때는 엄청 커서 놀랐었다. 높이가 키가 160cm인 내 눈높이인 데다, 받침대 넓이도 꽤 넓어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현관 벽장 옆에 둘 수가 없어서 괜히 샀다고 좀 후회했는데, 에어컨 밑에 처박혀 있던 빈백을 꺼내고 창문 바로 앞에 두니까 버티칼을 열 때 좀 궁색하긴 해도 훨씬 보기 좋고, 옷을 보관하기도 쉬워서 좋다. 더 좋은 건 씻고 나서 수건을 옷걸이에 걸어 행거에다 말릴 수 있으니 빨래건조대를 계속 펴 놓고 있지 않아도 돼서 집이 한결 넓어 보인다. 진짜 잘 산듯...



  오늘은 동기랑 얘기를 하다가 사실 아직도 박사과정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하다가 위로를 받았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너무 창피하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나도 내가 항상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 과장해서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할 말 못 할 말 못 가리고 다 한 것 같다. 항상 동기한테는 이건 절대 말하지 말아야지 했던 것까지 결국에는 다 말해버리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 친구가 뭐든 잘 들어주고 적당한 충고를 해주는 것도 사실인데, 굳이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을 전해서 부담을 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부터는 말하기 전에 생각을 좀 더 하고 입조심해야겠다. 즐거운 얘기를 좀 더 많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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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월요일부터 계속 7시에서 8시 반 사이에 일찍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일어나는 시간은 충분히 앞당겨졌는데 밤에 잠드는 시간이 전혀 변하질 않아서 하루에 다섯 시간도 못 자고 있다. 주말에 열 몇 시간을 쉼없이 자면서 그러면 그렇지 내가 일찍 일어나는 것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8시에 일어났다. 계속 이렇게 일어나기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지만 너무 조금 자서 지속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사실 오늘은 아침 10시 10분에 치과 예약을 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이긴 했다. 작년 8월에 한국갔을 때 스케일링을 하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했는데 요즘 들어 잇몸이 자주 붓고 피가 나서 슬슬 스케일링을 해야 했다. 학교 보험에는 치과 진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한 달에 약 26달러를 내는 치과 플랜에 처음으로 가입한 것도 스케일링을 위한 거였다. 보장 항목에 보니까 x레이와 prevention? 이런 것들을 네트워크 내의 병원에서 처치받았을 경우에는 100퍼센트 커버된다는 안내를 보고 스케일링은 prevention이지! 하고 즐겁게도 갔다.


  사실 10시 10분에 진료를 받지는 못 했다. 연구실에서 도보로 25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가는 도중에 여권을 안 가져왔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병원에 전화해서 1시로 미뤘다. 결국 아침에만 총 1시간 20분을 걸었는데 슬픈 마음에 연구실로 가는 길에 있는 cvs에 들러 floss pick을 샀다. 보통 치실보다 편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다.


Floss picks are the substitute for the conventional dental floss. The floss pick cleans the interdental spaces (the areas in between the teeth).

floss pick [https://dentagama.com/news/floss-picks-and-floss-holders]


  어찌 됐건 1시에 다시 병원으로 갔다. 근데 사람 정말 많더라. 12시 50분에 도착했는데도 접수 창구 앞에서 한참 기다리고, x레이와 파노라마 ct를 찍고도 한참 기다렸다. 미국에서 치과에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사람도 엄청 많고 혼잡한 와중에 나만 의자 위에 덩그러니 앉아있어서 거의 방치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큰 병원에 dentist 선생님이 딱 한 분이셨다니.



[10월 2일부터 이어서 쓰는 글]


  검사 결과를 굳이 쓰고 싶지는 않은데 어제는 확실히 검사결과와 앞으로 치료에 들 비용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어제는 아 그나마 올해는 덴탈보험을 들어서 치료비를 많이 아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또 조금 있다가 보험을 들지 않았으면 굳이 검사를 해서 돈 들 일이 없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것을 하루 종일 반복했었다. 뭐 지금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치료하는 게 좋은 거지...대신 앞으로 몇 달간은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1층에는 발코니 대신 테라스가 있어서 현관문도 그 쪽으로 나 있다. 그런 집 구조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1층 사람들은 현관문이 바로 그 쪽으로 나 있으면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름 괜찮은가보다. 테라스가 나 있는 건물 앞쪽을 지나다닐 일이 잘 없어서 이사온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는데, 토요일 저녁에 밖에서 밥을 사먹고 들어오는데 내가 사는 라인의 1층에 있는 사람이 자기 집 테라스에서 의자에 앉아서 신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여덟 시가 넘어서 해도 이미 졌고 날씨도 꽤 쌀쌀했었는데...어쩐지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좀 나고 가끔 담배 냄새도 올라오더라. 아파트 테라스나 발코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나는 아직도 발코니를 활용하지 못 하고 있다. 쓰레기통 씻고 나서 말릴 때 한 번 쓰고, 옷에 진 얼룩 빼려고 과탄산소다물에 담가서 대야 채로 내놓을 때 한 번 쓰고 이게 끝이다. 예전에 썼던 것처럼 건너편 건물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거기 앉아있는 것도 이상하고, 발코니에서 도대체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봄 되면 화분에 뭘 좀 심어서 밖에 내놓을까 생각 중이긴 한데...그 때 가면 또 건너편 건물 사람과 눈 마주칠까봐 화분에 물 주러 못 나가는 건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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