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일이지만, 예전에 한창 서양문학에 대한 허영심이 물 올랐을 때, 도스토예프스키를 섭렵하겠다고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의 책을 한꺼번에 빌린 적이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죄와 벌은 어떻게 간신히 읽긴 했는데,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계속 헷갈리고 이해 안되고 그래서 반 정도밖에 못 읽었다. 그래서 노름꾼을 읽을 때도 약간 걱정이 되긴 했는데, 예전에 '밑줄 긋는 남자'에서 '노름꾼'을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마음을 다잡고 빌렸다.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중반 정도 읽었을 때는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작품을 썼는지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되었다.

 주인공이 뽈리나를 정말 사랑한 건지, 그리고 뽈리나가 주인공을 정말 사랑하긴 한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어른들의 사랑'을 아직 잘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뭐;


 예전에 '방디르디, 태평양의 끝(이하 방디르디)'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같은 저자인 작품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방디르디'와 마찬가지로 서양인들의 시점에서는 '낯선 세계의 사람'인 사하라의 소년이 주인공이다. 끝까지 다 읽지 않아서 결말을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하겠는데,(난 결말이 정말 궁금하면 뒤부터 읽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사하라를 간직하고 있던 이드리스의 삶이 표류하기 시작한 건 창녀에게 황금구슬을 빼앗기다시피 줬을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거의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문체로 쓰여서 그런지 왠지 우중충한 느낌이 강했다.


 지적 허영심 표출의 연장선. 이라기보다는 저번에 장자 해설서를 읽을 때의 느낌을 이어가고 싶어서 다시 읽게 되었다. 공과대학 권장도서이기도 하고...남곽자기 같은 사람의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수양해야 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취미 > 재미있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0) 2012.10.30
염소의 맛  (0) 2012.10.18
최근에 읽은 책들  (0) 2012.09.24
올해 읽은 책  (0) 2011.03.13
금융투기의 역사  (0) 2011.01.26

 요즘 라디오를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 10시부터는 '이석훈의 텐텐클럽'을 듣고, 12시부터는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2시부터는 '심야식당'을 듣고 있다. 하유진은 어제 라디오천국을 들으면서 처음 알게 된 싱어송 라이터인데, 차분하게 또박또박, 가만가만히 노랫말을 읊는 것이 인상깊었다.


'취미 > 라디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226 빨간책방  (0) 2014.02.26
어제 들었던 노래들  (0) 2011.02.23
  (0) 2011.02.23
옛 사랑  (0) 2011.02.19
국카스텐  (0) 2011.02.13


반죽을 랩으로 싸서 한 시간 정도 얼린 다음에 썰라고 해서

냉동실에 넣기 전에 찍은 거. 계란지단 뭉쳐놓은 것 같다.

식용유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지 모양이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10분 동안 오븐에 넣었다가 꺼냄.

조금 더 노릇노릇하고 바삭했다면 좋았겠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부풀어 버려서ㅋㅋㅋ오래 넣어둘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또 사고 싶은 거 생겼다.

모양틀 있으면 좀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음...ㅋ

직접 재료를 배합하지도 못하면서 해 보고 싶은 게 탈이다.

'취미 > 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601 오이냉국  (0) 2017.06.02
봄방학 동안 먹은 것들  (0) 2017.03.19
초코쿠키  (2) 2011.01.29
계란찜  (0) 2011.01.29
골뱅이무침  (0) 2011.01.29
 보통 한 달에 영화를 두 편에서 세 편 정도 보는데, 올해는 저번에 포스팅했던 <황해>까지 해서 세 편 밖에 안 본 걸 보면 요즘 돈을 잘 못 벌긴 하나보다. 수입이 줄었다기보다는 여러 곳에 쓸 데가 많아서...



 사실 이걸 봤던 것도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부모님이랑 본 영화였는데, 영화를 본 것보다 영화 끝나고 이마트 피자 사서 집에서 먹었던 기억이 오히려 더 잘 났다-_-;;;물론 영화가 나빴던 건 아니다. 올해 본 영화들이 다소 '센' 영화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다른 것보다도, 굉장히 풍성한 이야기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을 평양성 전투가 어줍잖은 술수와 이상한(?) 전략으로 진행되는 게 좀 아쉬웠다. 그게 감독의 의도였다면 굳이 아쉬워할 가치도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역시 난 코미디를 잘 이해 못하나보다.


 영화를 혼자 보러 다니는 습관이 생긴 후부터,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러 가는 버릇이 생겼다.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시간이 맞는 걸 찾아서 들어가는 거다. 리스크가 굉장히 크긴 한데, 막상 실패했던 경험은 '일라이'랑 '걸프렌즈' 정도밖에 없다.

 가장 최근에 본 <블랙스완>도 개봉하는 날인줄도 모르고, 제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유로 선택했던 영화였는데,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끝나고 나서도 '우왕 정말 멋져!!!!!'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요즘 워낙 찬사를 받는 작품이라 굳이 길게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내용과 배우들의 열연 이외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카메라의 움직임과 시선이었다. 모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이 같은 동작을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항상 추천하는 작품인 '어둠 속의 댄서'에서의 거친 카메라의 움직임이 그렇게 좋았던 걸 보면, 순전히 취향 탓인지도 모르겠다.

'취미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1217 호빗  (0) 2012.12.18
멜랑콜리아  (2) 2012.06.19
도그빌  (0) 2012.05.21
영화 메모하기-최근에 본 것들 & 이터널 선샤인  (3) 2011.10.03
황해  (0) 2011.01.29
 <금융투기의 역사> 이후에 한번도 책에 관한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또 기록으로 남길 만큼 재밌는 책이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해 읽었던 책들, 봤던 영화들은 모두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으니, 2월부터 읽었던 책들을 간단히 써 보기로 한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은 내 머릿속이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읽었던 책이다. 지식에 대한 갈망이라고 하기도 뭐한 게, 이공계 학생들은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경멸 아닌 경멸을 하도 들어서, 최소한 기본만은 알아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주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읽었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이상하게 정적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만큼 내가 여태껏 읽었던 어떤 책들보다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고, 다소 생경한 내용이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는 모 철학과 교수님은 저자인 강신주 씨가 서양철학과 동양철학, 어디에도 발을 깊게 담그지 못했다고 다소 부정적으로 보셨지만, 철학에 무지한 나에게 '다름'이라는 것의 실체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줬다는 것 만큼은 인정해야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요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등장해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새삼스럽게 왜 갑자기 생각났나 했더니 드라마에서 봐서 그랬나보다. 어렸을 때는 월트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참 많이도 봤는데, 지금도 이 책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참 예쁘고 굉장한 작품이었다. 이렇게 긴 텍스트로 읽은 건 처음이었는데, 길고 긴 서문을 읽고 난 까닭인지(서문이 100쪽이 넘는다.), 아니면 내가 이제 좀 커서 언어 유희라는 걸 알아들을 수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내용들도 새롭게 느껴졌다. 물론 삽화도 복사해서 책갈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영화를 본지는 한참 됐는데 원작인 <퀴즈쇼>는 이제야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 멋진 책을 왜 그렇게 만들었어 감독 개갞끼야ㅜㅜㅜ'였다. 영화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원작이야말로 마법같은 인생역정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살림'이 죽는 것도 참 안타깝게 봤는데, 책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맞아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포스팅하는 책들 중에서는 제일 빨리 읽은 편이긴 한데(이틀인가 걸린 듯),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내가 서양문물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아니면 고루해서인지, 주인공 '타마라'의 비행이나 일탈을 그렇게 좋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내일을 알려준다는 비범한 책을 이 정도로밖에 이용할 수 없었는지ㅠㅜㅜㅜㅜㅜㅜ조금 더 멋진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는데, 작가가 담고자 했던 주제가 너무 분명했기 때문인지 내용이 오히려 흐지부지된 것 같다. 차라리 책 뒤에 나온 짧은 줄거리가 더 좋았음-_-그리고 폭풍같은 전개가 펼쳐지는 결말 부분을 제외하면 앞부분은 너무 지체된 느낌이 들었다.

'취미 > 재미있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0) 2012.10.30
염소의 맛  (0) 2012.10.18
최근에 읽은 책들  (0) 2012.09.24
요즘 읽은 책3  (0) 2011.04.11
금융투기의 역사  (0) 2011.01.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