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3월부터 듣던 토플 스피킹 인터넷 강의를 끝냈다. 원래 수강기간이 40일이었는데 내 생일날 다 듣지도 못하고 끝내서 5일 연장하고 또 하루 더 연장해서 이제야 끝낸 거다. 중간고사도 있고 이것저것 바빴다고 하더라도 80일이면 전, 후반부를 다 끝내야 할 긴 기간인데 이제야 겨우 전반부를 끝낸 것은 좀 심했다. 사실 또 연장할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 오늘 다섯 개를 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은 줄 알고 낮에 수영 다녀오고 집에서 놀고 하다보니 강의가 두 개 남았는데 11시가 되어있었다. 무료강의이거나 수강기간이 무한한 강의였더라면 아직 반도 못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달부터 수영을 새벽 6시부터 다니고 있다. 집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수영장인데 새벽 시간에는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다섯 시에 일어나서 밥도 못 먹은 채로 걸어가야 한다. 처음엔 그렇게 하면 하루도 길어지고 밤에 더 일찍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애초에 다섯 시 수업을 생각한 것이 과외랑 수영을 저녁 때 하다보면 친구랑 저녁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였는데...그 동안 과외는 잘리고 그 친구랑은 두 달 가까이 저녁을 먹은 적이 없다. 뭐 아무튼 그래서 이번 달엔 수영을 다해서 다섯 번 갔다. 다섯 번 모두 새벽에 일어나서 간 것이 아니라, 두 번은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간 거고, 나머지 세 번은 이번 주에 갑자기 각성해서 월요일 새벽에 한 번,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에 자유수영으로 간 거다. 그러다보니 명색이 수영을 3개월이나 배웠으면 이제 초급반은 그만 다녀야 하는데 아직도 자유형할 때 호흡이 부자연스러워서 자꾸 물을 먹는다.


 의지가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이제 스물 다섯 살도 반 가까이 지났는데...........내 가장 오래된 기억 속의 이모와 삼촌들은 스물 넷, 스물 다섯이었는데 이제야 그 분들이 얼마나 어렸고 그 나이에도 얼마나 의지가 강했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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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하루 종일 바빴다. 어제 숙제하느라 너무 늦게 자서 아침 운동도 못 다녀오고 허겁지겁 챙겨서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다. 급하면 판단력도 흐려지는지, 숙제로 짰던 R 코드가 저장된 노트북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그냥 나와서 조금 전에야 교수님께 이메일로 보내드렸다. 아무튼 오전 수업을 듣고 피아노 좀 치다가 오후 수업을 듣고 수영까지 다녀와서 이제야 큼직큼직한 일들은 다 끝냈다.


 요즘 들어 피아노를 자주 치고 있다. 여섯 살 때부터 쳐왔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마음이 어지러운 때에는 피아노를 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없다. 악보를 보고 치는 것보다 소리를 기억해서 치는 것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곡이 생기면 머릿속에 새겨질 때까지 그것만 주구장창 듣는데, 요즘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가인 '인생의 회전목마'를 듣고 연습하고 있다. 평소에 좋아하는 기교가 화려하고 빠른 곡은 아니지만 듣고 있으면 만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 펼쳐지는 것 같아서 좋다.


 음 그리고 오늘은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를 다 읽었다. 그저께부터 통학할 때 틈틈히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책을 읽고 있지 않은 동안에도 계속 생각났다. 처음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영화에서 패트릭 역을 맡은 이즈라 밀러가 좋아서였는데, 엄청난 책을 읽은 것 같아서 기쁘다. 1990년대의 미국 10대들의 생활이 나의 일상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리가 없지만, 내가 이 책을 2주 전에만 읽었더라도 내 인생이 지금과는 굉장히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이번 학기에는 기초공통 수업을 두 개 듣고 있는데, 통계는 워낙 반복해서 봐서 그리 어렵지 않고 다른 과목은 중간고사를 잘 못 봤다. 통계를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은 내가 아무리 황당한 질문을 하더라도 거기에 굉장히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답을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다른 과목을 가르쳐주시는 교수님은 내가 학부 때부터 쭉 좋아했고, 존경하고, 닮고 싶은 교수님이시지만 시험을 잘 못 봤다는 이유로 나를 예전처럼 봐주시지 않는다. 굉장히 서운하고 속상하지만 내가 공부를 똑바로 안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 내색은 안하고 있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평소에 연구 외에 공부에 관해서는 전혀 간섭하지 않으신다. 연구실에서의 자유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감사드려야 할 일이지만, 그 동안 교수님이 타이트하게 쪼아서 공부를 시키시는 연구실에 비하면 공부를 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아무튼 그런 교수님께서 어제 드디어 책으로 공부를 하지 말고 논문을 찾아가면서 공부하라고 하셨다. 교수님은 그냥 하신 말씀이었는지도 모르지만, 멘탈이 와장창 깨져있던 때에 그 말씀을 듣고 울 뻔했다.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드디어 들었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교수님 수업 시간에 배운 토픽들에 관한 논문들 중 인용횟수가 많고 좋은 학술지에 실린 것들을 두 편씩 다운받았는데 분량이.....음....심하게 많다. 학기 막판에 많이 바쁠 것 같다.


 벌써 일기가 엄청나게 길어졌는데, 아직도 쓸 것이 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그러니까 요즘 겪고 있는 감정의 격랑을 제외한다면 돈 문제다. 과외를 안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니까 통장 잔고가 점점 줄어서 이제 토플 시험 한 번 접수할 정도로밖에 안 남았다. 그것도 6월 생활비는 없는 채로 말이다. 곧 연구실에서 월급을 받겠지만, 월급을 주시는 선배님이 이번에 논문 디펜스 때문에 많이 바쁘셔서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전화요금은 얄미울 정도로 딱 맞춰 나가서, 교통카드를 충전하기 위해서 결국 토플 시험 접수비를 깼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 돈들이 전부 묶여있다보니 생활이 고단하고 빈곤하다. 하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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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대학원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벌써 내 뒤로 두 학기 후배가 들어오는 거다. 지난 학기까지는 우리 과 대학원생 중에 나보다 어리거나 나와 동갑인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 신입생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아홉 시에 면접 시작인데 여덟 시부터 학교 주변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보고 문득 작년 내가 치뤘던 면접이 생각났다. 면접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졸업앨범 찍을 때 샀던 원피스만 간신히 챙겨입고 감은 머리는 빗지도 못하고 심지어 화장도 전혀 못한 채 겨우 학교에 도착해서 우리 과 사무실 교직원 선생님께 엄청 혼났었는데...나같은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다.


 대학원 처음 들어올 때가 생각난다. 대학원 인턴 생활을 1년 반씩이나 해서 연구실 생활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학부 때보다 어렵고, 새로운 것들을 배울 생각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그런 기대감은 입학한지 2주 만에 우리 교수님이 내 주신 코딩 숙제를 하면서 처참하게 부숴져버렸지만, 그래도 대학원에 와서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달아서 대학원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와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조교장학금 받아서 부모님께 수업료 명목으로 빌렸던 돈을 전부 다시 입금해드렸던 학기 초와, 학점이 생각보다 좋게 나왔던 성적 발표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연구실 회식을 하면서 박사 선배님께서 공부도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라고 하셨다. 선배님께서 굳이 그렇게 말씀해주시지 않더라도 지난 3개월 동안 한 번도 내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던 생각이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생각에 매몰되어, 내가 지난 20여년간 중요하게 여겨왔던 나의 진로와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원 면접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여기까지 생각이 뻗어올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한 달 좀 넘게 멘붕 상태로 지내면서 할 일도 제대로 못한 것을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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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블로그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어서 보니 대학원 면접시즌이라서 그런가보다. 이왕이면 낚시글로 남기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글이나 되었으면 해서 조금 덧붙여본다.


 난 자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다른 학교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두 분에서 세 분 정도의 교수님들이 면접위원으로 들어가신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교수님들이신지는 모르겠지만 학과/학부장이신 교수님은 항상 들어가시는 것 같다. 특별히 신경써서 꾸미고 갈 필요는 없지만, 남자는 대부분 정장을, 여자는 원피스를 많이 입는다. 대전 소재의 대학원 면접을 보러 간 과 후배는 혼자 캐주얼을 입고 갔다는 말을 들었지만...


 연구실 컨택을 미리 하고 간 사람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 전공분야에 대해 조금 준비하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대전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내 동기는 대학원 내용을 미리 예습하고 가기도 하던데,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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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블로그에 쓸모있는 글을 써본다.


 다음 주부터 시험기간이다. 화요일에 프로젝트 제출하고, 목요일에 한 과목 보고, 그 다음 주에 월요일, 수요일에 한 개씩 본다. 학부 4년 반 다니고 대학원 반 년 좀 넘게 다닌 지금까지 교수님들이 왜 굳이 시험기간에 시험을 안 보는 편의를 제공해주시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 차라리 시험기간에 바짝 하고 느긋하게 쉬는 게 좋은데 왜 시험을 늦게까지 미루셔서 몇 주 동안 고생하게 하시는 거지....


 어제 다른 과 학생들하고 같이 듣는 수업에서 우리 과 교수님이 다른 과 학생들만 부지런히 칭찬하셔서 기분이 나빴다. 그럴 거면 그 과 교수님 되시지 그러셨어요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시당하는 것도 무시당하는 거지만, 실제로 내가 그 과목을 요즘 좀 소홀히 한 것 때문에 더 자존심이 상했다(못하는 애한테 못한다고 하면 정말 기분 나쁘다). 심지어 오늘 공책정리 다시 하기 전까지는 지난 주에 뭘 배웠는지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 시험까지 못 보면 교수님의 멸시가 두렵다. 이번 주말까지 이번에 시험보는 세 과목 정리 다 하고 코딩 다 끝내야겠다. 이번 주말은 정말 하얗게 불태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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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 중 하나가 가계부 열심히 쓰는 거라서 가계부 어플 다운받고 매일 돈을 쓸 때마다 기록하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저축을 했는데 특별히 기록할 방법이 없어서 지출항목으로 분류했더니 일별 지출현황 그래프가 저 모양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차피 내 통장에 있으니까 갈 데도 없는데 지출 그래프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는 것을 보니까 이상하게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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