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교 근무를 안하는 날인데 착각해서 일찍 왔다. 어제도 잠이 안 와서 다섯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고 일곱 시에 일어나서 괴로워하면서 학교에 왔는데 아니었다니......뭐 조교실에서 원두커피 얻어마시고 왔으니 그걸로도 괜찮다.


 같이 근무하는 분들 중에 나보다 아홉 살 많은 언니가 계시다. 요즘 그 언니를 보면서 나이가 드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부서 특성상 학생들이나 직원 선생님들과 접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 긴장하고 경직된 태도로 그 분들을 대하는 나와는 달리 언니는 싫은 소리를 해야 할 경우에도 언제나 싹싹하게 좋게좋게 말씀하신다. 이게 원래 사람 성격 때문에 이런 건지, 아니면 연륜에서 오는 관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그렇게 나이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물 다섯 살이 되면서 언제 피부가 훅 갈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차에 갑작스럽게 생긴 변화다.


 어제는 세미나 수업에 논문을 안 읽고 들어가서 교수님께 혼날까봐 교수님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면서 정자세로 발표자의 발표내용만 열심히 적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부터 논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완전히 모르던 분야라서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렵다. 무엇보다 매일같이 수식과 증명만 보다가 온전히 20쪽 분량을 줄글로만 쓴 논문을 보고 있으니 혈압이 오르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일 수업까지도 안 읽어가면 교수님께 정말로 맞을 것 같으니까 빨리 읽어야겠다.


 토요일까지 논문 인트로를 써서 가기로 했다. 정말로 급하다. 딴 생각하지 말고 빨리 끝내야지. 그건 그렇고 잇몸이 욱신거리는 것이 곧 사랑니가 올라오려는 것 같다. 저번에 발치하러 갔을 때 아랫니가 누워있다고 했는데....종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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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아직 반도 안 갔지만 아침에 생각했던 내용을 적어본다.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마실 것을 사러 자판기에 간다. 별로 안 좋은 습관이긴 하지만 조교로 나와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뭔가를 마시지 않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하는 수 없이 마신다. 그런데 조교로 있는 동안 자는 시간은 앞당겨지지 않아서 평일에는 거의 한 두 시간 정도만 자다보니 늘 커피밖에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러다 오늘은 모처럼 일찍 자서(그래봐야 세 시 반이 넘었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정신이 맑아서 평소에 마시고 싶던 데미소다를 마셨다. 청량한 느낌이 참 좋다.


 그리고 지난 학기부터 듣고 있던 ocw 마지막 강의를 들으려다가 에러가 나서 하는 수 없이 '악기들의 도서관' 조금 남은 것을 보았다. 김중혁 작가의 책은 '1F/B1', '미스터 모노레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일층 지하일층'에 비하면 어떤지 모르겠고 '미스터 모노레일'보다는 확실히 좋다. 그 전에 읽었던 책들과 마찬가지로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다. '자동피아노', '비닐광시대'와 '악기들의 도서관' 등의 작품들은 에세이라고 하기엔 비현실적이고 극적인데도 그렇다. 줄거리가 그리 뚜렷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소재들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라고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이 재밌다. 이따 퇴근하고 도서관 들를 건데 다른 소설집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며칠 전에 받은 연락 때문에 아직도 동요하고 있다. 상대방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이나 행동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아 불쾌하다. 이런 데에 마음 흔들리지 말고 내 본업에 충실해야겠다. 지금 읽고 있는 논문을 오늘 꼭 다 읽고 퇴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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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에 학교 가다가 지하철역에서 씨네 21을 샀다.


 학교 커뮤니티에서는 '퍼시픽림'이 재밌나 안 재밌나를 놓고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의외로 영화잡지에서의 반응은 호의적이라서 조금 놀라웠다. 아직도 '마스터'를 못 봐서 '마스터'를 볼까 '퍼시픽림'을 볼까 고민하다가 영화 상영시간표를 확인하고 조금 일찍 퇴근해서 '퍼시픽림'을 보기로 결정했다.


 영화 얘기를 영화 폴더에 안 쓰고 일상 폴더에 쓰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은 감상이라고 딱히 길게 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오타쿠 영화의 끝'이었다. 줄거리는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줄거리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에, 당연한 결말이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크다", 그리고 "굉장히 격렬하고 아프게 싸운다"는 생각만 들어서 지루하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씨네 21에서 묘사한 것처럼 로봇과 괴수들이 움직이는 속도에서 오는 중량감이 엄청났다. 확실히 거대한 것에 대한 공포는 내가 제어할 수 없고,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어렸을 때 로봇만화(선가드, 다간, 가오가이거, 골드런)를 보고 로봇을 가지고 놀면서 자라서 그런지 감정이 조금 벅차오르기도(?) 했고, 어마어마하게 큰 로봇과 괴수들이 엄청난 소음과 주변 경관 파괴를 유발하는 육탄전을 벌이는 것이 무서웠다.


 일상 폴더에 이걸 쓰는 두 번째 이유는 빨리 자야 하기 때문이다. 2월에 늦게까지 얘기하는 습관이 생겼는데(지금은 얘기할 사람도 없어졌는데) 이게 안 고쳐지면서 수면장애가 생겼다. 늦잠을 자고 학교에서도 자꾸 졸린 것을 보면 이건 절대 불면증이 아니라 수면장애다. 그나마 수업 들을 때는 강제성이 있으니 괜찮았는데, 방학하자마자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면서 아침 일찍 일어난 날이 한 달 동안 3일? 정도밖에 없다. 이번 주말은 특별히 논문 쓰는 것 때문에 무척 바쁠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세 시 전에 자서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해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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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성적이 나오는 날이다. 일기 제목을 저렇게 정한 이유는 1) 학부생들이 밀려오는 것에 대한 공포와 2) 내 성적을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 학기보다도 더 열심히 했고 또 바빴던 한 학기였지만 공부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중간에 꽤 오랫동안 멘붕을 겪기도 해서 성적이 나오는 것이 두렵다. 지난 학기보다 잘 나오기를 바라는 건 솔직히 욕심이고(그러려면 4.5 받아야 함) 지난 학기만큼 나오길 바라는 것도................음 이것도 욕심이고 한 과목 정도......아 모르겠다.


 왜 이렇게 쓸 것이 없었지 생각해봤더니 쓸 게 하나 더 있다. 피아노 다시 치기 시작한지 한 달 되었는데 오늘 드디어 내가 바라는 대로 쳤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선생님이 내가 힘을 안 빼고 무겁게 치는 것을 야단치셨던 것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선생님은 "부드럽게 치는 것이 힘 빼고 턱턱 세게 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데 넌 지금 힘 빼고 세게 치는 것도 못하고 있어!!!!" 라고 소리치셨는데 피아노를 칠 때마다 그 선생님 목소리와 억양과 그 상황이 생각난다. 그런데 오늘은 힘 빼고 세게 치는 것도 해냈고 부드럽게 치는 것도 해낸 것 같다. 굳이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손이 슥슥 나갔다. 도대체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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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백히 말하면 지난 주 수요일 밤 9시 반에 시험이 끝났으니 방학한지 거의 일 주일 가까이 되었다. 그렇지만 도서관 대출실 운영이 단축되고 오늘 조교근무를 안해서 오늘부터 방학인 것 같다.


 원래 계획은 7시에 일어나서 9시에 출근해서 피아노 좀 치다가 공부하는 거였는데, 10시에 일어나서 아침 몇 시간이 날아가버렸다ㅡㅡ아무튼 출근해서 과제 채점 끝내고 전공책을 봤다. 딴짓을 좀 많이 하긴 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흥미가 있는 과목이라서 재밌게 봤다. 이번이 처음 보는 거라서 개념 정도 익히고, 공책 정리하고, 연습문제 좀 끄적거리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밤에 집에 오려고 버스를 탈 때 그렇게 보고 싶었고, 때려주고 싶었던 뒷모습이랑 너무 똑같이 생긴 뒷모습을 봤다. 다른 데서 본 거였다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으니 그럴 리는 없을 거다. 항상 그렇듯 앞좌석에 앉았는데, 혹시라도 뒤를 돌아보게 될까봐 책 읽다가 덮고 자버렸다. 그리고는 제 때 못 내리고 강을 건너버렸다. 이번 달에만 벌써 두 번째다.


 음 그리고 또 뭘했지?? 집에 와서는 나와 취미가 같은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취미가 같다고는 하지만 난 그 친구만큼 피아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 동영상을 보고 자기도 좋아하는 거라고 해줘서 기뻤다. 그리고 조금 잉여하다가.......학부 선배이자 대학원 동기인 다른 연구실 선배님이 전화로 공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검사하셨다. 학부 때는 나만큼 공부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로 이 선배님 공부하시는 것을 보면서 자꾸 위축된다. 그래서 공부에 관한 고민을 있는대로 다 말할 정도로 친하면서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불안하다. 얼마 전에도 이 선배님이랑 얘기하고 나서 "공부에 관한 의욕이 샘솟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몇 안돼서 그것 때문에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만, 또 내가 너무 공부를 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중압감도 따라온다.


 처음에 대학원생활에 쓰려고 했던 일기인데, 써놓고 보니 시시콜콜한 마음 얘기를 더 많이 쓴 것 같아 주저리주저리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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