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어제 초저녁에 영화본 거에 대한 벌로 밤을 샜다. 일부러 밤샌 건 아니고 할 일 다 못 끝내서 못 잔 거다ㅠ하루 종일 눈이 안 떠지고 계속 앉아있느라 다리도 잔뜩 부었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박사 선배님 안 계셨으면 연구실에서 지금까지 있지도 못했을 거고, 연구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을 것 같다. 오늘은 세미나 발표를 하고 나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해서 석사를 깔끔하게 끝낼 수 있을지 말씀해 주셨다. 진작 말씀드릴걸, 괜히 멍청해 보일까봐 여태 못 말씀드리고 혼자 고민만 했다.
원래 일기를 쓰던 사이트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날 아는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일들이 간혹 생기기 시작하면서 속 얘기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다시 블로그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나마 아는 사람들도 잘 들어와 보지 않는 곳이니 마음 편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초에 '속도에서 깊이로'라는 책을 읽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학술적인 내용을 담은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에세이이지만, 느끼는 바가 많았다. 언젠가 감상문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올해 100권을 읽는 게 목표여서 책 읽기에 바빠서 아직 쓰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쓰지 못한 책이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이었다. 주인공인 티타의 처지가 눈물겹고 안쓰러웠지만, 그녀의 사랑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재미있어서 잠실교보에서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 꼬박 읽어 다 읽었다. 남미 소설 중 읽은 것은 '백년 동안의 고독'과 '콜레라 시대의 사랑' 뿐이었는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면서도 유쾌하고 생동감 있는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얼마 전부터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도 읽고 있다.
오늘 일기엔 책 얘기만 잔뜩 썼는데, 방학 하고 좀 한가해지면 올해 읽은 책들 좀 쭉 정리해봐야겠다.
며칠 전에 음료수 마시려고 이학관 1층 자판기에 갔는데 날이 더우니까 음료수 마시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남아있는 게 소켄비차랑 그 밖에 비싼 것들 밖에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제일 싼 소켄비차를 샀다. 처음 마셨을 때는 보리차보다도 밍밍한 맛에 이거 뭐야, 했는데 마실수록 빠져들게 된다.
아침에는 잠 깨려고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샷 추가해서 마셨는데 입이 마비되는 줄 알았다. 박카스는 잘만 마시면서 왜 커피 조금 마셨다고 바로 반응이 오는지 모르겠다.
밥 먹고 들어오다가 우리 교수님 다음으로 좋아하는 교수님을 뵀는데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다. 이런저런 얘기도 해 주시고 물어보기도 하셨는데 너무 긴장돼서 단답형으로 말한 것 같아서 예의없어 보일까봐 불안하다. 질문하고 인사하고 하는 건 잘하는데, 왜 교수님이 잘해주시면 이렇게 경직되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