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벌써 중반을 넘어 이제 주말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주면 dead week이고 다다음주면 final week이다. 재작년에 ta를 하면서 학부생들에게 dead week이라는 말을 처음 배웠는데(물론 그 땐 아는 단어인척 했다) 정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번 파이널에도 어김없이 제출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아서 연휴 중에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지금 와서 보니 어느 정도 진행 중인 건 cs 과목 숙제 하나밖에 없다. 앞으로 남은 것들을 방금 전에 생각해봤는데 정말 큰일난 것 같다. tax treaty 서류 우편으로 보냈다고 뿌듯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그래서 현재 목표는 하고 있던 숙제를 오늘 자기 전까지 다 끝내고 내일부터는 프로젝트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거다.


  뭔가 시시콜콜하게 잔뜩 썼다가 '이건 블로그에 쓸 일이 아니지' 하고 계속 지우게 된다. 요즘들어 부쩍 자기검열이 심해진 것 같다. 그나마 이 정도는 써도 될 것 같다.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살 것도 없는데 괜히 뭔가를 사고 싶어서 3일 동안 아마존을 계속 뒤적거리다가 딱히 필요한 게 보이지 않아서+그렇다고 큰 돈을 쓰기에도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책 여러 권이랑 정말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디지털 온도습도계까지 샀다. 책을 고르면서도 일찌감치 사놓고 아직 안 읽은 것도 있는데......? 하고 좀 찔렸다. 유학 오고 교과서와 논문밖에 읽을 줄 모르는 몸이 되어서(교과서와 논문을 엄청나게 많이 읽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외의 읽을 거리들을 거의 다 손에서 놔버렸다는 뜻이다) 좀 반성하고 있던 참이기도 해서 이제부터라도 인터넷을 줄이고 일부러 책 읽는 시간을 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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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희한하게 바쁘다. 보통 주 초에 엄청 바쁘고 수요일을 넘어가면 조금씩 한가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번 주는 계속 바쁘다. 매주 수요일에 세미나 수업이 있어서 그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논문을 미리 읽어가야 해서 네다섯 시간 정도 넉넉하게 잡으면 논문을 거의 다 읽었을 즈음이나 다 읽고 나서 빠르게 산책을 한 바퀴 돌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오늘 오후에 우리 교수님 특별 공개 강의가 있었고 내일도 외부 교수님의 세미나 강의가 있기 때문에 논문을 또 읽어가야 한다...세미나 때마다 당일 바짝 읽고 들어가는 버릇이 든 바람에 그 날 오전이나 오후는 완전히 논문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다 잡아먹는데 오늘은 대신 평소보다 논문을 일찍 읽기 시작해서 내일은 연구를 좀 더 하려고 한다.



  어제는 저녁 먹으면서 예능을 보다가 느닷없이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보기엔 전혀 위기의식도 없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사람을 봐서였다. 요즘 엄청 피곤하고 시간을 나름대로 쪼개가면서 일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조금 더 연구에 시간을 들일 수 있었는데도 어느 정도 선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만족했던 것 같다. 석사 때는 내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당장 늘 옆에 있는 동기가 연구실에도 훨씬 오래 앉아있고 진도도 많이 나가 있다. 나도 좀 더 노력해야지.



  그저께는 다이어리를 보다가 이번 학기가 3주밖에 안 남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대체 내 3개월은 어디로 갔는가. 시간 가는 게 무서울 정도다. 학기가 끝나기 전에 빨리 교수님이랑 면담을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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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전에 썼던 글을 보니까 한국 시간으로 2일 오후에 난방을 처음 켰다고 되어있으니 여기 시간으로는 1일 새벽에 틀었던 모양이다. 목요일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왔는데 지난 달보다 5달러가 더 나와서 좀 충격받았다. 5월에 이사온 이래로 계속 전기 사용량이 줄고 있어서 지난 달에 최저치를 찍긴 했지만 다른 건 다 비슷한 상황에서 난방만 딱 여섯 시간 했을 뿐인데 5달러나 늘었다니...난방레버에 눈금이 안 그려져 있어서 온도를 좀 높게 올렸던 것 같기도 하지만 좀 심란하다. 라디에이터 난방의 매운 맛을 제대로 봤다. 당장 오늘 밤에도 바깥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한겨울에는 수도 동파 방지 때문에라도 하루 종일 난방을 해야 할 텐데 그럼 대체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까? 그게 밤에 따뜻하게 잔 대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지난 달에 외출했다가 들어와서 겉옷을 걸어둘 곳이 없어서 이케아 mulig 행거를 샀었는데 올해의 잘한 소비 중 하나에 꼽힐 만하다(순위를 매겨본 적은 없지만 당장 생각나는 잘한 소비로는 스팀다리미, 이삿짐 운반 서비스 정도가 있다). 처음 받아서 조립을 했을 때는 엄청 커서 놀랐었다. 높이가 키가 160cm인 내 눈높이인 데다, 받침대 넓이도 꽤 넓어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현관 벽장 옆에 둘 수가 없어서 괜히 샀다고 좀 후회했는데, 에어컨 밑에 처박혀 있던 빈백을 꺼내고 창문 바로 앞에 두니까 버티칼을 열 때 좀 궁색하긴 해도 훨씬 보기 좋고, 옷을 보관하기도 쉬워서 좋다. 더 좋은 건 씻고 나서 수건을 옷걸이에 걸어 행거에다 말릴 수 있으니 빨래건조대를 계속 펴 놓고 있지 않아도 돼서 집이 한결 넓어 보인다. 진짜 잘 산듯...



  오늘은 동기랑 얘기를 하다가 사실 아직도 박사과정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말을 하다가 위로를 받았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너무 창피하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인데, 나도 내가 항상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까지 과장해서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할 말 못 할 말 못 가리고 다 한 것 같다. 항상 동기한테는 이건 절대 말하지 말아야지 했던 것까지 결국에는 다 말해버리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 친구가 뭐든 잘 들어주고 적당한 충고를 해주는 것도 사실인데, 굳이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을 전해서 부담을 주고 싶지가 않다. 다음부터는 말하기 전에 생각을 좀 더 하고 입조심해야겠다. 즐거운 얘기를 좀 더 많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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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난방을 켰다. 처음으로 기숙사를 나와서 보내는 겨울이라 난방비가 얼마나 나올지 몰라서 기모 후드티와 수면바지 입고 수면양말 신고 이불에 담요까지 덮어가며 연명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도저히 그러고도 잠들기가 힘들었다. 마침 그 때 바깥 온도가 2도 정도 됐었는데 집안 공기는 물론 침대 시트 위와 이불 속까지 차가워서 누워있어도 누운 거 같지 않고 너무 추워서 어쩔 수 없이 난방을 틀었다. 틀자마자 이상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바로 공기가 훈훈해져서 기분 좋게 잘 잤다. 그리고 나서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방 천장을 보고 있다가 난방이 켜져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얼른 일어나서 껐다. 자기 직전에 틀어서 일어나자마자 껐으니 딱 여섯 시간 난방을 한 것이었다. 다음주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오면 과연 라디에이터 난방비가 얼마나 비싼지 확인할 수 있을 거다. 긴장되면서도 궁금하다.



  치과 치료 받는다고 외식도 안 하고 돈도 아껴쓰고 심지어 커피도 밖에서 잘 안 사먹게 되다 보니 의외로 생활비가 좀 남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밖에서 사먹는 것도 습관인지, 또 안 먹다 보니까 뭘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드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네 번의 치료가 더 남았으니 방심해서는 안 된다. 치료를 해서 뭐가 좋아진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안 한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하고 생각하고 있다.



  저녁 때 두부를 구워서 찍어먹고 남은 간장을 뚜껑을 닫지 않고 그냥 뒀더니 싱크대 쪽에서 간장 냄새가 진동한다. 집에 한국 간장이 있는데도 이상하게 일본식 간장이 맛있게 느껴져서 뭔가를 찍어먹을 때는 마트에서 초밥 사면서 들고 온 일본식 간장에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려서 먹는다. 만두도 그렇게 해서 먹고 오늘 두부도 그렇게 해서 먹었고 또 며칠 전에 틸라피아 필레를 구워서 찍어먹었는데 희한하게 맛있었다. 생각난 김에 만두를 구워먹을까?



  매주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샐러드용 채소를 묶어서 파는(설명하기가 어렵다) 것을 사오는데 그걸 혼자 먹다 보니 한계가 있어서 반 정도 먹다가 채소가 시들고 물러서 버릴 때가 많다. 그래서 지난 주에는 이왕 먹는 샐러드 맛있게 먹어보자고 시즈닝된 크루통을 사왔더니 샐러드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되었다. 한 가지 문제는 샐러드에 드레싱 치고 크루통만 뿌려도 반찬 하나로 충분하다 보니 기껏 사다놓은 채소를 요리해서 먹을 의욕이 없었다는 거다. 가뜩이나 바쁘고 피곤하기도 했지만...지금 냉장고에 무 반쪽, 가지 한 개, 당근 한 묶음, 브로콜리 한 송이, 파프리카 한 개 등 대부분의 채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채소들 사올 때까지만 해도 뭘 해서 먹을 건지 큰 그림이 다 그려져 있었는데. 주말에는 장조림도 하고 여러 가지 요리도 할 생각이다.



  이번 학기 내내 주 초반에 너무 바쁘고 후반에는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보니 생활 패턴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좀 고치도록 노력해야겠고 빨리 추수감사절 연휴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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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월요일부터 계속 7시에서 8시 반 사이에 일찍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일어나는 시간은 충분히 앞당겨졌는데 밤에 잠드는 시간이 전혀 변하질 않아서 하루에 다섯 시간도 못 자고 있다. 주말에 열 몇 시간을 쉼없이 자면서 그러면 그렇지 내가 일찍 일어나는 것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8시에 일어났다. 계속 이렇게 일어나기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지만 너무 조금 자서 지속가능할지가 의문이다.


  사실 오늘은 아침 10시 10분에 치과 예약을 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이긴 했다. 작년 8월에 한국갔을 때 스케일링을 하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했는데 요즘 들어 잇몸이 자주 붓고 피가 나서 슬슬 스케일링을 해야 했다. 학교 보험에는 치과 진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한 달에 약 26달러를 내는 치과 플랜에 처음으로 가입한 것도 스케일링을 위한 거였다. 보장 항목에 보니까 x레이와 prevention? 이런 것들을 네트워크 내의 병원에서 처치받았을 경우에는 100퍼센트 커버된다는 안내를 보고 스케일링은 prevention이지! 하고 즐겁게도 갔다.


  사실 10시 10분에 진료를 받지는 못 했다. 연구실에서 도보로 25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가는 도중에 여권을 안 가져왔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병원에 전화해서 1시로 미뤘다. 결국 아침에만 총 1시간 20분을 걸었는데 슬픈 마음에 연구실로 가는 길에 있는 cvs에 들러 floss pick을 샀다. 보통 치실보다 편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다.


Floss picks are the substitute for the conventional dental floss. The floss pick cleans the interdental spaces (the areas in between the teeth).

floss pick [https://dentagama.com/news/floss-picks-and-floss-holders]


  어찌 됐건 1시에 다시 병원으로 갔다. 근데 사람 정말 많더라. 12시 50분에 도착했는데도 접수 창구 앞에서 한참 기다리고, x레이와 파노라마 ct를 찍고도 한참 기다렸다. 미국에서 치과에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사람도 엄청 많고 혼잡한 와중에 나만 의자 위에 덩그러니 앉아있어서 거의 방치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큰 병원에 dentist 선생님이 딱 한 분이셨다니.



[10월 2일부터 이어서 쓰는 글]


  검사 결과를 굳이 쓰고 싶지는 않은데 어제는 확실히 검사결과와 앞으로 치료에 들 비용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어제는 아 그나마 올해는 덴탈보험을 들어서 치료비를 많이 아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또 조금 있다가 보험을 들지 않았으면 굳이 검사를 해서 돈 들 일이 없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것을 하루 종일 반복했었다. 뭐 지금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치료하는 게 좋은 거지...대신 앞으로 몇 달간은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1층에는 발코니 대신 테라스가 있어서 현관문도 그 쪽으로 나 있다. 그런 집 구조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1층 사람들은 현관문이 바로 그 쪽으로 나 있으면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름 괜찮은가보다. 테라스가 나 있는 건물 앞쪽을 지나다닐 일이 잘 없어서 이사온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는데, 토요일 저녁에 밖에서 밥을 사먹고 들어오는데 내가 사는 라인의 1층에 있는 사람이 자기 집 테라스에서 의자에 앉아서 신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여덟 시가 넘어서 해도 이미 졌고 날씨도 꽤 쌀쌀했었는데...어쩐지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좀 나고 가끔 담배 냄새도 올라오더라. 아파트 테라스나 발코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데 나는 아직도 발코니를 활용하지 못 하고 있다. 쓰레기통 씻고 나서 말릴 때 한 번 쓰고, 옷에 진 얼룩 빼려고 과탄산소다물에 담가서 대야 채로 내놓을 때 한 번 쓰고 이게 끝이다. 예전에 썼던 것처럼 건너편 건물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거기 앉아있는 것도 이상하고, 발코니에서 도대체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봄 되면 화분에 뭘 좀 심어서 밖에 내놓을까 생각 중이긴 한데...그 때 가면 또 건너편 건물 사람과 눈 마주칠까봐 화분에 물 주러 못 나가는 건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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